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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201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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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x-File ; 판도라의 상자
   98년 국내에 개봉되었던 미국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에서 변호사 로버트 딘(윌 스미스)은 한 정보기관의 집요한 추적을 받는다. 이 정보기관은 인공위성을 통해 딘의 일거수 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뿐 아니라 전화통화는 물론 대화내용까지 엿듣는다. 이 영화는 국가의 개인정보독점이 가져오는 가공할 폭력에 관한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지만, 국가 권력이 발달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어떻게 감시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개인이 움직이는 모습을 인공위성, 이동전화, 컴퓨터를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개인의 사소한 습관까지 기록하여 권력의 통제 아래 두려는 시도를 잘 그려내고 있는 이 영화는 정보의 국가독점이 개인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볼 수 있게 한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정보기관은 ‘국가안보국’(NSA ; National Security Agency)으로서, 1999~2000년 이른바 ‘에셜론 프로젝트(Echelon Project-8개국이 참여한 전세계 통신감청 시스템)'파문이 세계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기관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NSA는 전화, 팩시밀리, 이메일, 인터넷, 위성통신 등 하루에만 약 30억 통화를 도청할 수 있다고 한다.

엿보기 사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가 있다. 시지프스는 바람의신 ‘아이올로스’와 그리스인의 시조 ‘헬렌’사이에서 태어났다. 시인 호머는 그가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고 하나, 신들의 편에서 보면 엿듣기 좋아하고 입이 싸서 신들이 하는 일들을 고자질하고 다녀 심히 마땅찮은 인간으로 일찍이 낙인 찍혔다고 한다. 도둑질 잘하기로 유명한 전령신 ‘헤르메스’가 이복형인 아폴론의 소를 치는 것을 엿보고는 아폴론에게 일러바친 것이 시지프스였고, 이 일로 시지프스는 헤르메스뿐만 아니라 제우스의 눈총까지 받게 된다. 그러던 차에 시지프스는 결정적인 괘씸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제우스가 독수리로 둔갑해 요정 ‘아이기나’를 납치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아이기나의 아버지인 강신 ‘아소포스’에게 일러바치고 만 것이다.

   11세기 영국 코벤트리 마을에 심술궂은 영주가 있어 주민에게 가혹한 세금을 부과하는 등 폭정을 하니 부인이 앞장서서 제발 세금을 적게 해 부담을 덜어주라고 간청했는데, 영주는 부인이 벌거벗은 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그러겠노라 했다. 정숙한 부인이 그렇게는 못하리라 여겼기 때문이지만 부인은 정말 이를 실행할 계획을 세웠고, 이 사실을 전해들은 마을사람들은 그녀의 사랑과 용기에 감복하여 그날만은 모두 창문을 닫고 내다보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양복점을 하는 ‘탐’은 몰래 커튼 사이로 부인의 알몸을 엿보다가 눈이 멀어 버렸는데, 이때부터 몰래 엿보기나 엿듣는 이를 가리켜 '피핑탐(Peeping Tom)'이라고 하게 되었다고 한다.

불법도청 감청
   요즘 우리나라는 불법도청사건(일명 ‘X파일 사건’)으로 시끄럽다. 혹자는 이를 ‘앙상 레짐(Ancien Regime)의 결정체’라 규정하기도 하는데, 국가정보기관이 아무 거리낌 없이 불법도청을 자행한 그 형식이나, 세계적 기업, 유력 언론사라는 자들이 정권창출을 꿈꾸고 떡값을 뿌리는 그 내용 모두가 반드시 극복,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 악폐들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청은 무엇이고 감청은 무엇인가? 도청은 몰래 타인의 대화내용 등을 엿듣는 행위를 말한다.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용어로,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전자장치, 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 문언, 부호, 영상을 청취, 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 수신을 방해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으나(제2조제7호),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하는 감청과 긴급감청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긴급감청은 불법이므로 도청과 다를 바 없다. 도청이 행해지면 대상자의 사생활은 물론 그와 접촉하고 있는 범죄와는 무관한 사람들의 통신이 모두 감시대상에 포함되게 되고, 또 도청이 장기화될 경우 많은 사람들의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특히 오늘날 전 국민의 생활의 일부가 된 휴대폰에 대한 도청, 감청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휴대폰 도청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에,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 및 공포해소책이 시급한 문제이다. 국정원이 내세우는 국가안보는 매우 중요하지만, 안전한 휴대전화로 보장되는 국민의 사생활의 자유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핑(peeping)국정원’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권
   이번 X파일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이 입수한 도청자료의 공개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우선 X파일의 내용에 있어서는, 대기업이 정치인에게 막대한 불법정치자금을 지원하면서 기업총수와 혈연으로 연결된 언론사 사장을 고용했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형식에 있어서는, 그러한 정보의 획득과정이 국가 정보기관의 도청이라는 불법적 방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대국민사과를 한 대기업과 반성문으로 사설을 대신한 언론기관 모두 도청관련 보도내용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라고 반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는 등 매우 혼란스럽게 반응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사건 당사자들의 정리되지 않는 태도도 문제이지만, 안기부 도청자료의 언론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언론사들과 법률가 및 학자들 사이에서도 그 견해가 양분되고 있다. 즉, 언론보도의 자유 또는 국민의 알 권리와 사건 당사자들의 프라이버시권이 충돌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만 할 것인가?

   하나는, 현행법상 불법적으로 확보된 증거나 자료는 어떤 이유에서도 이를 공개하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당사자의 손해와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은 ‘국민의 알권리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이익이 손해와 비교했을때 더 크면 형법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불법자료라고 해서 임의폐지하는 것은 검찰의 권한 남용이다’, ‘이미 일부가 공개된 상황에서 나머지도 공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등을 근거로 하며, 그 방법에 대해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특검제 또는 제3의 중립적 민간기구’등이 거론되고 있다.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도청내용의 주인은 도청 피해자인 만큼 당사자들의 허락 없이 공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정보에 관한 자기결정권에 어긋난다’, ‘공개를 위한 특별법 등의 제정은 불법의 합법화 또는 불법(도청)행위 자체를 사실상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공개를 지지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집착해 국민의 호기심에 영합하는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적 발상에 근거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법치주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증거는 적법하게 수집돼야 하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은 부정되어야 하며, 사회가 합리적이고 법치주의에 따라 운영되려면 적정절차의 원리는 핵심적인 요소이다’는 등의 근거를 제시한다.

   2001년 미국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Bartnicki v. Vopper사건(1993년 펜실베니아주의 한 교원단체와 교육위원회 사이의 임금인상협상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개인이 조합장 앤서니 케인과 협상위원 글로리아 바트니키 사이의 전화내용을 도청녹음했고, 이것이 라디오 진행자인 보퍼에게 흘러들어가면서 케인과 바트니키 사이의 사적 대화가 시사프로그램을 타고 대중들에게 여과 없이 방송된 사건)에서 “프라이버시권과 언론보도권 모두가 헌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나, 언론자유의 보장이 엿듣는 행위를 금하는 법률보다 우위에 있다 - 비록 그 정보가 도청이라는 불법과정을 통해 얻어진 경우라도 공개자가 도청행위에 가담하지 않았고 그 정보가 공익과 중요한 연관성을 맺는 경우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시한 반면, 2000년 7월 뉴올리언스 상소재판소는 도청된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WFAA-TV)의 기자 로버트 릭스에게, 그가 도청방법에 대해서 조언을 하고 도청을 계속할 것을 부탁함으로써 도청이라는 불법행위에 참여하였음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도청자료에 대한 언론보도가 정당성을 얻기 위한 기준으로 위 미국 판례가 제시하는 조건은 ⓐ 언론보도자가 도청행위와 연관되지 않아야 하고, ⓑ 그 정보가 사회구성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입장이 옳은 것인지 섣불리 판단내리기 곤란한 상황이다. 다만, 확실하고도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이며, 철저히 조사하여 도청을 지시하고 불법 도청자료를 불법적으로 활용한 사람에 대한 처벌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김종빈 검찰총장은 삼성그룹의 대선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하여 “제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고, 불법 녹음테이프 내용 관련 수사여부에 대하여 “독수독과 이론을 넘어서는 국가적 이익이 걸려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익을 비교해 수사착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며 “이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 말했다고 한다(연합뉴스 2005. 9. 13.).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X파일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불식시켜야 하고, 하루라도 빨리 불법 도, 감청이 발붙일 수 없게 하는 사회적 장치 및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여야만 할 것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법무법인 이우
변호사 심영대

[댄스스포츠코리아 2005. 10,11월호]



[법률칼럼]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

x-File ; 판도라의 상자
   98년 국내에 개봉되었던 미국 영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에서 변호사 로버트 딘(윌 스미스)은 한 정보기관의 집요한 추적을 받는다. 이 정보기관은 인공위성을 통해 딘의 일거수 일투족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뿐 아니라 전화통화는 물론 대화내용까지 엿듣는다. 이 영화는 국가의 개인정보독점이 가져오는 가공할 폭력에 관한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지만, 국가 권력이 발달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어떻게 감시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이기도 하다. 개인이 움직이는 모습을 인공위성, 이동전화, 컴퓨터를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개인의 사소한 습관까지 기록하여 권력의 통제 아래 두려는 시도를 잘 그려내고 있는 이 영화는 정보의 국가독점이 개인을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볼 수 있게 한다.

   이 영화에서 나오는 정보기관은 ‘국가안보국’(NSA ; National Security Agency)으로서, 1999~2000년 이른바 ‘에셜론 프로젝트(Echelon Project-8개국이 참여한 전세계 통신감청 시스템)'파문이 세계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세상에 알려진 기관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NSA는 전화, 팩시밀리, 이메일, 인터넷, 위성통신 등 하루에만 약 30억 통화를 도청할 수 있다고 한다.

엿보기 사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가 있다. 시지프스는 바람의신 ‘아이올로스’와 그리스인의 시조 ‘헬렌’사이에서 태어났다. 시인 호머는 그가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고 하나, 신들의 편에서 보면 엿듣기 좋아하고 입이 싸서 신들이 하는 일들을 고자질하고 다녀 심히 마땅찮은 인간으로 일찍이 낙인 찍혔다고 한다. 도둑질 잘하기로 유명한 전령신 ‘헤르메스’가 이복형인 아폴론의 소를 치는 것을 엿보고는 아폴론에게 일러바친 것이 시지프스였고, 이 일로 시지프스는 헤르메스뿐만 아니라 제우스의 눈총까지 받게 된다. 그러던 차에 시지프스는 결정적인 괘씸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제우스가 독수리로 둔갑해 요정 ‘아이기나’를 납치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는 아이기나의 아버지인 강신 ‘아소포스’에게 일러바치고 만 것이다.

   11세기 영국 코벤트리 마을에 심술궂은 영주가 있어 주민에게 가혹한 세금을 부과하는 등 폭정을 하니 부인이 앞장서서 제발 세금을 적게 해 부담을 덜어주라고 간청했는데, 영주는 부인이 벌거벗은 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그러겠노라 했다. 정숙한 부인이 그렇게는 못하리라 여겼기 때문이지만 부인은 정말 이를 실행할 계획을 세웠고, 이 사실을 전해들은 마을사람들은 그녀의 사랑과 용기에 감복하여 그날만은 모두 창문을 닫고 내다보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양복점을 하는 ‘탐’은 몰래 커튼 사이로 부인의 알몸을 엿보다가 눈이 멀어 버렸는데, 이때부터 몰래 엿보기나 엿듣는 이를 가리켜 '피핑탐(Peeping Tom)'이라고 하게 되었다고 한다.

불법도청 감청
   요즘 우리나라는 불법도청사건(일명 ‘X파일 사건’)으로 시끄럽다. 혹자는 이를 ‘앙상 레짐(Ancien Regime)의 결정체’라 규정하기도 하는데, 국가정보기관이 아무 거리낌 없이 불법도청을 자행한 그 형식이나, 세계적 기업, 유력 언론사라는 자들이 정권창출을 꿈꾸고 떡값을 뿌리는 그 내용 모두가 반드시 극복, 청산해야 할 구시대적 악폐들을 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청은 무엇이고 감청은 무엇인가? 도청은 몰래 타인의 대화내용 등을 엿듣는 행위를 말한다.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에 규정된 용어로,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없이 전자장치, 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 문언, 부호, 영상을 청취, 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 수신을 방해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으나(제2조제7호),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하는 감청과 긴급감청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긴급감청은 불법이므로 도청과 다를 바 없다. 도청이 행해지면 대상자의 사생활은 물론 그와 접촉하고 있는 범죄와는 무관한 사람들의 통신이 모두 감시대상에 포함되게 되고, 또 도청이 장기화될 경우 많은 사람들의 사생활이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특히 오늘날 전 국민의 생활의 일부가 된 휴대폰에 대한 도청, 감청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휴대폰 도청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에,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 및 공포해소책이 시급한 문제이다. 국정원이 내세우는 국가안보는 매우 중요하지만, 안전한 휴대전화로 보장되는 국민의 사생활의 자유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핑(peeping)국정원’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권
   이번 X파일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이 입수한 도청자료의 공개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우선 X파일의 내용에 있어서는, 대기업이 정치인에게 막대한 불법정치자금을 지원하면서 기업총수와 혈연으로 연결된 언론사 사장을 고용했다는 것이고, 다음으로 형식에 있어서는, 그러한 정보의 획득과정이 국가 정보기관의 도청이라는 불법적 방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대국민사과를 한 대기업과 반성문으로 사설을 대신한 언론기관 모두 도청관련 보도내용이 반드시 사실은 아니라고 반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는 등 매우 혼란스럽게 반응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사건 당사자들의 정리되지 않는 태도도 문제이지만, 안기부 도청자료의 언론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언론사들과 법률가 및 학자들 사이에서도 그 견해가 양분되고 있다. 즉, 언론보도의 자유 또는 국민의 알 권리와 사건 당사자들의 프라이버시권이 충돌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만 할 것인가?

   하나는, 현행법상 불법적으로 확보된 증거나 자료는 어떤 이유에서도 이를 공개하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공공의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는 당사자의 손해와 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은 ‘국민의 알권리나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이익이 손해와 비교했을때 더 크면 형법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불법자료라고 해서 임의폐지하는 것은 검찰의 권한 남용이다’, ‘이미 일부가 공개된 상황에서 나머지도 공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등을 근거로 하며, 그 방법에 대해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특검제 또는 제3의 중립적 민간기구’등이 거론되고 있다.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도청내용의 주인은 도청 피해자인 만큼 당사자들의 허락 없이 공개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정보에 관한 자기결정권에 어긋난다’, ‘공개를 위한 특별법 등의 제정은 불법의 합법화 또는 불법(도청)행위 자체를 사실상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공개를 지지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집착해 국민의 호기심에 영합하는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적 발상에 근거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법치주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증거는 적법하게 수집돼야 하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은 부정되어야 하며, 사회가 합리적이고 법치주의에 따라 운영되려면 적정절차의 원리는 핵심적인 요소이다’는 등의 근거를 제시한다.

   2001년 미국대법원은 이와 유사한 Bartnicki v. Vopper사건(1993년 펜실베니아주의 한 교원단체와 교육위원회 사이의 임금인상협상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개인이 조합장 앤서니 케인과 협상위원 글로리아 바트니키 사이의 전화내용을 도청녹음했고, 이것이 라디오 진행자인 보퍼에게 흘러들어가면서 케인과 바트니키 사이의 사적 대화가 시사프로그램을 타고 대중들에게 여과 없이 방송된 사건)에서 “프라이버시권과 언론보도권 모두가 헌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나, 언론자유의 보장이 엿듣는 행위를 금하는 법률보다 우위에 있다 - 비록 그 정보가 도청이라는 불법과정을 통해 얻어진 경우라도 공개자가 도청행위에 가담하지 않았고 그 정보가 공익과 중요한 연관성을 맺는 경우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판시한 반면, 2000년 7월 뉴올리언스 상소재판소는 도청된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WFAA-TV)의 기자 로버트 릭스에게, 그가 도청방법에 대해서 조언을 하고 도청을 계속할 것을 부탁함으로써 도청이라는 불법행위에 참여하였음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도청자료에 대한 언론보도가 정당성을 얻기 위한 기준으로 위 미국 판례가 제시하는 조건은 ⓐ 언론보도자가 도청행위와 연관되지 않아야 하고, ⓑ 그 정보가 사회구성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입장이 옳은 것인지 섣불리 판단내리기 곤란한 상황이다. 다만, 확실하고도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이며, 철저히 조사하여 도청을 지시하고 불법 도청자료를 불법적으로 활용한 사람에 대한 처벌이 앞서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김종빈 검찰총장은 삼성그룹의 대선자금 제공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하여 “제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고, 불법 녹음테이프 내용 관련 수사여부에 대하여 “독수독과 이론을 넘어서는 국가적 이익이 걸려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익을 비교해 수사착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며 “이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쳐 결론을 내릴 방침”이라 말했다고 한다(연합뉴스 2005. 9. 13.).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X파일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불식시켜야 하고, 하루라도 빨리 불법 도, 감청이 발붙일 수 없게 하는 사회적 장치 및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여야만 할 것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다.


법무법인 이우
변호사 심영대


[댄스스포츠코리아 2005. 10,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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