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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고기, 문명인가 야만인가

201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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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개고기, 문명인가 야만인가


올해는 유난히도 더위가 빨리 왔다. 뿐만 아니라 기상예보에 의하면 올 여름엔 그 어느 해 보다 덥다는 것이다. 여름철이 되면 복(伏) 더위 만큼이나 개고기 식용에 대한 찬반 논쟁도 뜨거워진다.

  그러면 복(伏)과 개(犬)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진(秦)나라 덕공(德公) 2년(BC 678)에 처음으로 복일(伏日)을 정하고 개를 잡아 성문에 걸어 액막이를 하였다는 내용이 전해지고 있으며, 이것이 복(伏)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오행설에 따르면 가을철 서늘한 금(金)의 기운이 여름철 더운 화(火)의 기세에 눌려 엎드려 복종한다 하여 복(伏)이라 하였다던가. 일년 중 가장 더운 이때가 되면 우리 조상들은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계곡이나 산정(山亭)을 찾아가 몸을 보(補)하며 더위를 피하는 ‘복달임’ 풍습을 즐겼으며, 이 복달임 음식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치던 것이 구탕(狗湯)이었다.

  단원 김홍도의 스승이자 18세기 조선을 대표하는 문인화가 표암 강세황이 1747년(영조22) 초복(初伏)을 맞이하여 현곡(玄谷) 청문당(淸聞堂)에서 벗들과 더불어 술 마시고 시를 읊고 거문고 타며 풍류를 즐기던 장면을 그린 현정승집도권(玄亭勝集圖卷) 제발문(題跋文)에 의하면 “복날에는 집에서 기르던 개를 잡아 개장을 끓여서 모여 먹는 것이 우리 풍속이다(伏日 設家獐會飮 俗也)”라는 표암의 처남이자 지기지우(知己之友)이던 해암 유경종의 글이 전해지고 있으며, 순조 때 김매순이 지었다는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도 "복날에 개장국을 끓여 조양(助陽)한다"는 기록이 있고, 1816년(순조16)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가 농촌의 세시(歲時)풍속을 음률에 맞춰 노래로 엮었다는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도 “어와 오늘 복날이라 황개백숙 소찬으로/우리농군 모여서 복달임하여 보세”라는 구절이 보인다.

  그렇다면 개고기를 언제부터 먹었을까. 춘추전국시대에는 신분에 따라 왕은 소고기, 제후는 양고기, 대부(大夫)는 돼지고기, 선비(士)는 개고기를 먹고 제사음식으로도 사용했다는 것이다. 제사 축문에 음식을 바친다는 헌(獻)은 본래 솥(鼎)이나 오지그릇(鬲)에 개를 삶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이고, 귀신에게 제물(祭物)의 흠향(歆饗)을 고(告)하는 상향(尙饗)의 향(饗)에도 본래는 식(食)자 대신 견(犬)자가 들어 있었던 것인데 후대에 이르러 식(食)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한국인과 개고기, 안용근).

  개는 인간이 사육한 최초의 가축으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개의 조상은 약 10만년전의 동아시아 늑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함경북도 농포동의 신석기시대 유적을 비롯하여 평양 미림리 청동기유적과 김해 조개무덤 등 여러곳에서 개뼈가 출토되었고,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 부여조(夫餘朝)에 의하면 구가(狗加)나 견사(犬使)와 같은 개와 관련되었음직한 관직명이 눈에 띄며, 안악 고구려 4호분 벽화에서는 아예 도살된 개가 갈고리에 걸려있는 모습이 발견되고 있다.

  고려시대에는 개를 숭상하는 원나라 몽골 유목민족의 영향과 개가 사람의 환생이라는 불교의 믿음으로 개고기를 먹는 풍습이 잠시 쇠퇴하였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음력 칠월 보름 백중날 동네 정자나무 밑에 큰 솥을 걸어 놓고 개를 잡아 나눠 먹는 풍습이 널리 퍼졌음은 물론, “며느리 말미받아 본집에 근친(近親)갈제/개 잡아 삶아 얹고 떡고리며 술병이라”로 이어지는 농가월령가 8월령조(調)에서 보듯이 농사일 끝낸 며느리 친정 나들이에도 개고기가 등장하고 있으며, 1795년(정조19) 창경궁에서 거행된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상에도 구증(狗蒸)이 올랐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와 같이 개고기는 절기(節氣)나 신분을 가리지 않는 음식이었을 뿐 아니라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오장(五臟)을 편하게 하며 혈액순환을 돕고 양기(陽氣)를 증진시킨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개고기는 약용(藥用)으로도 사용되었다.

    식용 목적 개 도축은 무죄

  그런데, 오늘날 애견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국내 애완견의 수는 대략 500만 마리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애견 미용실은 물론 애견 장례식장까지 성업 중이라는 것이고, 인기학과로 각광받고 있는 수의학과도 6년제로 개편되어 내과․외과․산과(産科)․임상병리과․방사선과 등 진료과목이 점차 세분화되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애완견은 가축이 아니라 하나의 가족 구성원이거나 동반자(companions)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동물보호론자와 애견인들 사이에 개를 식용하는 것에 대한 반대론이 급속하게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면, 우리 판례는 개고기 식용 문제에 관하여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현재로서는 개고기와 관련된 대법원판례는 없으며 2건의 하급심판결이 눈에 띈다.

  우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개를 도축하여 보신탕집 등에 판매해 오다 동물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축업자에게 2003년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다(2003노1893). 현행 동물보호법상으로는 축산물가공처리법과 그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소·돼지·닭 등 ‘가축’을 도살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물을 합리적인 이유없이 죽인’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축산물가공처리법령상 가축의 범위에 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위 판결에서는 비록 개(犬)가 축산물가공처리법령상 가축의 개념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식생활 관습이나 전통, 일반적 정서상 개고기도 식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에 비추어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축하는 행위를 동물보호법상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또 하나는 위 판결 보다 앞선 1996년에 같은 법원에서 선고된 사례로, 관할관청에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개고기를 판매하였다가 식품위생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 관하여 법원은 ‘우리나라에서는 개고기를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사용해 왔으므로 식품위생법 시행령상의 식육에는 개고기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하였다(96노5831). 비록 국가가 개고기를 혐오식품으로 분류하여 도축이나 판매허가를 내주지 않아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는 없지만, 개고기도 엄연한 식품위생법상 식육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신고없이 개고기를 판매한 행위는 식품위생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문명과 야만의 잣대

  우리나라의 개고기 음식에 대해 극력 반대하는 사람으로는 단연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를 꼽을만하다. 그녀는 ‘한국이 개고기를 먹는 야만적인 나라’라는 이유로 한국상품 불매운동을 벌였던 것을 비롯하여 개고기 금지를 위하여 88올림픽이나 2002한일월드컵 등 주요 국제적 행사의 보이콧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뿐 아니라 미국 등 주요 서구권 국가에서도 잊혀질만 하면 우리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공격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19세기는 일찌감치 산업혁명에 성공한 서구열강이 식민지 쟁탈에 몰두했던 식민주의(Colonialism) 또는 제국주의(Imperialism) 시대였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14년경에는 지구의 약 85%에 해당하는 지역이 식민지, 보호령, 신탁통치 또는 연방 등의 갖가지 형태로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델란드, 벨기에, 미국 등 몇몇 서구열강들의 지배하에 있었다. 이러한 서구열강의 식민지 정책의 근저(根柢)에는 인종적 우월주의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으며,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발표한 적자생존의 법칙 마저도 ‘우월한 인종이 열등한 인종을 지배하는 것이 적자생존의 법칙’이라는 이상한 내용의 사회진화론으로 변질시켜 자신들의 식민지 정책을 정당화하고자 하였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는 1,500만 마리를 훨씬 웃돈다는 것이고, 영국 또한 수백만 마리의 유기견(遺棄犬)이 도시를 떠돌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에서 한해 동안 버려지는 개만해도 줄잡아 10만 마리에 이른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애완견과 식용견이 엄격히 구별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개고기 문화만을 꼬집어 야만인이라고 비난하는 데는 ‘서구적인 것은 문명적인 것이고, 비(非)서구적인 것은 야만적인 것’이라는 이중적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의하면 악당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지나가는 행인을 잡아다 자신의 쇠 침대에 묶어놓고는 행인이 침대 보다 작으면 팔다리를 침대길이 만큼 늘려서 죽이고, 행인이 침대 보다 크면 큰 부분 만큼을 잘라서 죽이는 해괴한 짓을 하다가 영웅 테세우스에게 붙잡혀 그동안 자신이 저질러온 똑같은 방법으로 죽임을 당한다. 음식문화는 나라마다 고유의 전통과 문화적 특성에 따라 독특하게 발전되어 온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문화의 상대성을 외면한 채 자신들만의 잣대로 남의 음식문화를 비난하는 것은 악당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가 범했던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변호사  오  종  윤

- 댄스스포츠코리아 2004.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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