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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 마이너리포트의 교훈

2010.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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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교훈


  법무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2. 16일 당정협의를 거쳐 그동안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 온 보호감호제도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당정은 보호감호를 폐지하는 대신 기존 보호감호 대상 범죄의 형을 마친 경우, 선고받은 형의 3분의 1 범위내에서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최고 3~5년까지 집행유예기간을 두는 ‘필요적 보호관찰제’를 도입키로 했다. 보호감호제도는 강도, 폭력, 절도 등 상습범들이 형기를 마쳤더라도 그들이 미래에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최장 7년간 보호감호소에 수감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서, 1980년 신군부세력이 폭력배 소탕 명분으로 만든 삼청교육대의 후신이라는 비난과 함께 그동안 ‘명백한 이중처벌이며 대표적인 반인권적 제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이번에 정부와 여당이 도입키로 한 보호관찰제도는 범죄자를 감호소에 가두지 않고 일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게 하면서 감시와 특정한 교육을 통하여 범죄의 재발을 예방하는 제도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2054년, 워싱턴 D.C 범죄예방국(Department of Pre-crime)에 긴급 살인사건 발생 예보가 떨어진다. 범행 발생 예정시간은 앞으로 24분 13초 후인 8시 4분. 범인은 하워드 막스, 40대 백인 남자. 피해자는 세라 막스와 도널드 두빈, 충동적 범행.....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의 첫 장면이다. 시작과 동시에 화면은 긴장감 속에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24분 13초. 범죄예방국의 특수경찰팀장 존 앤더튼(John Anderton ; 톰 크루즈 역)은 범죄예방시스템(Pre-Crime System)에서 보여주는 영상자료를 가지고 판사와 민간인 전문가 1명씩으로 구성된 확증인단의 평결부터 받는다. 그 다음 워싱턴에 하워드 막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있는지 검색하여 영상자료에 나타난 범인의 인상착의와 범행현장 주변 환경 등을 토대로 범행이 발생될 장소를 긴박하게 추적하여 범죄 예정 시각에 정확하게 사건 현장에 도착, 가위로 피해자를 막 찌르려는 순간 범인을 덮쳐 검거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미래의 범죄를 미리 알고 있는 경찰이 범행 순간을 덮쳐서 범죄의 발생을 막고 그를 범인으로 체포하여 처벌한다. 말하자면 범죄예방시스템에 의하여 어떤 사람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예측되기만 하면,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미리 체포하여 ‘범죄의 위험성’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하는 것이다. 영화속의 하워드 막스도 결과적으로는 살인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8시 4분에 발생할 예정’이던 새러 막스와 도널드 두빈에 대한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체포되어 처벌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처벌의 근거가 되는 3명의 예지자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에는 어떠한 결함도 없는 것일까. 범죄예방시스템은 뉴로인에 중독된 마약환자들의 태아를 연구하던 도중, 대부분의 태아는 뇌손상으로 12세 이전에 사망하지만 그들에게는 미래를 예지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2046년 워싱턴에 처음으로 설치된다. 예언자들은 범행이 발생하기 전 사건을 미리 보게 되고, 사건을 본 이미지는 영상자료로 곧바로 전달되고 파일에 저장된다. 이때 범죄예방국에서는 예언자들이 전달해 주는 이미지를 토대로 범인을 추적하여 범행 전 미리 체포함으로써 범죄의 발생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3명의 예언자들이 언제나 같은 예언을 하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예언자들 사이에는 예지능력에 차이가 있어서 그중 아가사(Agatha)의 예지력이 가장 뛰어나다. 3명의 예언자 중 어느 1명의 예언이 다를 경우 1명의 소수의견(마이너리티 리포트 ; Minority Report)은 무시되고, 2명의 다수의견(메이저리티 리포트 ; Majority Report)에 따르게 된다. 따라서 예지능력이 뛰어난 아가사(Agatha)의 예언이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되고, 상대적으로 예지능력이 떨어지는 나머지 2명의 예언이 메이저리티 리포트가 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영화속에서도 3명의 예지자가 예측한 2개의 미래, 즉 범죄예방국의 특수경찰팀장 존 앤더튼(John Anderton)이 다른 사람을 살해할 것이라는 예언과 또 그가 살해당할 것이라는 두가지의 미래는 모두 잘못된 예측으로 밝혀지고, 그 결과 범죄예방시스템은 폐지된다.

  범죄예방국의 책임자 라마 버제스(Lamar Burgess)는 범죄예방시스템을 만들기 위하여 아가사(Agatha)의 엄마를 살해한다. 버제스는 청부살인을 의뢰해 놓고 범죄예방시스템을 이용하여 청부살인범을 미리 검거한 다음, 자신이 똑같은 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면서 범죄예방시스템이 보여주는 살인사건 영상은 종전의 청부살인사건이 반복되는 잔상(殘像)인 것으로 치부하여 삭제함으로써 범죄예방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하여 완전범죄를 노린다. 한편, 앤더튼은 6년전 수영장에서 아들을 잃은 후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속에 한없이 괴로워하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우연한 기회에 버제스의 살인 장면이 청부살인 사건의 잔상(殘像)이 아니라 별개의 살인사건이라는 의심을 갖게 되자, 버제스는 레오 크루(Reo Crow)라는 사람을 끌어들여 6년전의 유괴범으로 행세하게 함으로써 앤더튼으로 하여금 그를 살해하게 만든 다음, 범죄예방시스템을 이용하여 사전에 앤더튼을 체포하는 것으로 자신의 범행을 숨기고자 계략을 꾸민다. 그러나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안 앤더튼은 레오 크루를 살해하지 않고, 오히려 버제스의 범행을 만천하에 알린다. 그러자 버제스는 앤더튼을 살해할 결심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도 범죄예방시스템의 예측과는 달리 버제스는 마지막 순간 마음을 바꾸어 스스로 자결을 선택하게 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미래를 인간이 만든 과학적 도구나 시스템에 의하여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나아가 이 영화는 우리가 추구하고 있으면서 또 완벽하다고 믿고 있는 과학기술 시스템이야말로 인간의 권리는 물론 인간의 의식 까지도 부당하게 구속할 수 있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를 담고 있다. 영화 속에 나타난 미래사회는 홍채검사(eye-scan)를 통하여 개개인을 완벽하게 감시하고 있으면서,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을 범죄 용의자를 ‘범죄의 위험성’만으로 미리 체포하여 실험실의 표본처럼 다루어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

  보호감호제 폐지
  현행 사회보호법은 2회 이상 폭력행위 등으로 총 3년 이상 징역형을 복역하거나 면제받은 사람이 또다시 폭력행위를 저질러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형의 선고와는 별도로 최장 7년간의 보호감호를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화속에서 ‘범죄의 위험성’이 있다고 예측된 사실만으로 처벌받는 것과 같이, 현행 사회보호법에 의하면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7년의 보호감호처분을 받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은 법이 규정하고 있는 보호감호 요건에 형식적으로 해당하기만 하면 ‘붕어빵 찍어내 듯’ 일률적으로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해 온 것이 법원의 실무였다. 그러다 보니 정작 범죄에 대하여는 1~2년의 징역형이 선고되면서 미래의 범죄(pre-crime)  가능성에 대하여는 7년의 보호감호가 선고되는, 이를테면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기이한 결과가 자주 발생하였고, 미래의 범죄(pre-crime) 가능성만으로 7년간이나 사회로부터 격리당하는 것에 대한 위헌성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2003. 11.경에 이르러 대법원에서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은 수사기록만에 의하여 판단하여서는 안되고, 피감호청구인의 주관적 성품, 환경, 갱생, 교화, 개선 가능성 등 별도의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여 신중히 심리 판단하여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 보다 다소 엄격해진 듯한 취지의 판결이 나오기는 하였으나(2003. 11. 27. 선고 2003도5592, 2003감도66 판결), 이는 그동안 재소자들의 반복적인 단식투쟁 등을 통한 항의와 사회 일각에서의 보호감호 폐지 운동 등의 여파로 보호감호의 위헌성 여부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마침내 국회에서도 이의 폐지를 둘러싼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된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만은 않았다. 청송감호소는 1983년 문을 연 이래 그동안 1만 5000명이 넘는 수감자가 ‘미래의 범죄’(pre-crime) 가능성이라는 덫에 걸려 이곳을 거쳐갔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제라도 정부와 여당이 보호감호제도를 폐지하기로 하였다니 때늦은 감은 있으나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다. 1988년 집단 탈주한 후 8일간이나 연쇄 인질강도 행각을 벌이다 남가좌동의 한 주택에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보태 17년을 썩을 것을 생각하니 아득해서 탈주했다”며 권총으로 자살한 지강헌 일당의 마지막 절규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이우(以友)
변호사    오    종    윤

- 댄스스포츠코리아 2005. 4.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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